Blue, Green, Mint 기록하자, 무엇이든

도쿄 오페라 시티홀에서

베토벤은, 나를 울게 만든다.

언제부턴가, 
클래식 공연장을,
연주자를 보러 가는 건지,
음악을 들으러 가는 건지,
헷갈렸다.

베토벤 황제 피아노 협주곡 5번이 시작되었을 때,
1악장에서, 나는 임윤찬의 얼굴과 손을 보고 있었다. 

음악은 들려오지만, 음악 감상이 아니라 연주자 감상으로 느껴져서,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2악장부터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눈에 쏠려 있던 감각들이,
귀로 전해져
귀가 한층 더 예민해진다.
음악이,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온전하게 음악에 집중했다.

눈물이 났다.
이유없이.
베토벤은 나를 울게 만드는 사람이다.

황제 피아노 협주곡은 밝다.
베토벤은 전한다.
왜 그렇게 걱정이 많냐,
밝게 살자.
왜 그렇게 눈물이 많냐,
웃자.
나는 귀도 안들려도 이렇게 살아갔어.
라고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와
그에 맞게 웅장하게 펼쳐지는 교향악단들의 절묘한 조합.
눈물이 흐르는 걸 냅뒀다.
수건을 꺼내려고 굳이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베토벤 곡은 울게 된다.
그렇지만 베토벤 곡에게서 언제나 희망을 느낀다.
그래서 눈물이 나고 웃게 된다.

곡이 아름답고 밝다
여운이 지금도, 
여전하다.


임윤찬,
20살,
황제, 
고맙다.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나이가 들고 난 후의 '황제'가 난 더 기대된다. 
내가
클래식 공연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정확한 음을 연주하는 것보다
피아니스트가, 곡에 대한 느낌을
온전하게 보여주는 것을
찾는다.
오늘 정확한 연주? 말이 필요 없지. 대단했어. 
그러나,
임윤찬이 좀 더 경험치(시련, 아픔, 슬픔, 기쁨 등)가 쌓이고 나서 들려주면,
베토벤이 중기에 작곡한 황제가 좀 더
풍성하게 들릴거라고 생각된다.


언제나 말하지만, 베토벤 중기 후기 작품들은, 

10대 20대가 연주하는 거랑 30대 40대가 연주한 것은 차원이 다르다니깐. 

'연륜'이 필요하다니까.
20대의 황제
30대의 황제
40대의 황제
50대, 60대, 70대, 80대, 90대, 
황제 모두
보고싶구나.
오래오래 연주해주렴.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는 새로운 방법을 터득했다.
눈을 감고 듣자.
눈을 부릎 뜨고 감상하기보다
귀로만 의지하면, 더욱 잘 들린다.
연주자들의 퍼포먼스, 지휘자를, 못보는 것은 아쉽지만.
음악을 음악으로만 느끼고 싶을 때,
귀의 힘을 믿어보자.
귀가 안들렸던 베토벤 곡이라면 특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