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쇼팽이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라고 묻는 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슬픔과 아름다움을 주는 피아니스트라고 7년전, 추위에 오돌오돌 떨던 내가 들었던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이국땅의 눈이 너무 많은 오던 날, 집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눈이 너무 많이 쌓여 그 자리에서 멈춰버린 버스안에서, 쇼피협 2번만을 반복적으로 들었음에도, 계속 아름다움만을 느꼈다. 그 아름다움이, 쌓여있는 눈과 겹쳐져서, 슬픔을 자아냈지만 말이다. 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라고 고개를 들면, 항상 쇼팽이였다. 짝사랑하는 마음을 담았던 피아노 협주곡 2번. 이 슬픔과 아름다움을 주는 피아니스트의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 연주자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나는, 어떤 화려한 테크닉보다, 순수함과 자연스러움이..
Blue, Green, Mint
기록하자, 무엇이든
7 Posts
Music
Music
조성진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고
Music
2월22일 임윤찬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듣고
베토벤은, 나를 울게 만든다. 언제부턴가, 클래식 공연장을, 연주자를 보러 가는 건지, 음악을 들으러 가는 건지, 헷갈렸다. 베토벤 황제 피아노 협주곡 5번이 시작되었을 때, 1악장에서, 나는 임윤찬의 얼굴과 손을 보고 있었다. 음악은 들려오지만, 음악 감상이 아니라 연주자 감상으로 느껴져서,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2악장부터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눈에 쏠려 있던 감각들이, 귀로 전해져 귀가 한층 더 예민해진다. 음악이,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온전하게 음악에 집중했다. 눈물이 났다. 이유없이. 베토벤은 나를 울게 만드는 사람이다. 황제 피아노 협주곡은 밝다. 베토벤은 전한다. 왜 그렇게 걱정이 많냐, 밝게 살자. 왜 그렇게 눈물이 많냐, 웃자. 나는 귀도 안들려도 이렇..
Music
임윤찬 12.03 산토리홀 리사이틀 후기
후기라고 쓰고 임윤찬 칭찬하는 글 리스트 순례의 해 - 이탈리아 단테를 읽고 소나타 풍의 환상곡 우리는 클래식을 왜 들을까? 교양 있는 내가 되려고? 잘생긴 피아니스트 보려고? 피아니스트의 열정을 느껴보고 싶어서? 귀족들은 다 클래식 듣는 다니까? 요즘 K클래식 열풍이라 나도 그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커튼콜 할때 사진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면 좋아요 많이 받으니까? 인간이 무의식속에 잠재되어 있던 감정을 끌어올리고 싶을 때, 누군가는 영화의 도움을, 누군가는 춤의 도움을, 누군가는 책의 도움을, 누군가는 글쓰기의 도움을 통해서 끌어올린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사람마다 방식이 다 다르다. 난 클래식 들으러 가면, 영혼이 정화된 느낌을 받는다. 피아니스트가 내뿜는 에너지를 통해서, 온전하게 나를 들여다..
Music
엘리소 비르살라제 연주를 듣고
모차르트 론도 K. 511 날씨가 흐린 날, 모차르트 론도 K.511 만큼 잘 어울리는 곡이 또 있을까. 예전에, 랜덤으로 틀어놓은 클래식 음악을 듣다가, '무슨 곡이 이렇게 좋지?' 라며 직접 확인하니, 모차르트의 이 곡이였다. 론도 K.511 비가 오면, 스산한 분위기가 따라오는데, 그 스산한 분위기에 가장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 혹은, 외로움에 사무쳐 쓸쓸함이 찾아올 때, 그 쓸쓸함과 가장 어울리는 음악. 참 타이밍도 절묘하지. 오늘의 도쿄날씨는 흐림. 연주장으로 가는 내내, 피부로 느꼈던 스산함을 위로라도 해주는 듯 엘리소 피아니스트가 이 곡을 연주해주셨다. 모차르트가 이 곡을 썼을 때, 어느정도의 슬픔, 우울함을 지녔기에 이 곡이 나왔겠지. 음악은, 본인의 투영이니까. 작곡가가 느꼈던 슬픔을, ..
Music
클래식 레볼루션2022;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 (KBS교향악단)
KBS 교향악단과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 지휘 – 김선욱 피아노 – 임윤찬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 클래식을 처음 듣기 시작했을 때는, 위로가 목적이었다. 거장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들이 남겨둔 위대한 작품들에게 눈물, 콧물 흘려가며, 위로를 받기 시작함으로써 클래식 입문이 시작되었다. 나는 언제나 클래식은 위로를 주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듣고는 위로보다는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느꼈다. 나에겐 너무나 짧게 생각되는 20분가량의 연주가 시작되었을 때, 임윤찬 피아니스트와 김선욱 지휘자에게 그야말로 매료되어서 그들의 열정, 그들의 광기(?)가 그저 나에게 축복으로 다가왔다. 결혼 행진곡으로 유명한 멘델스존이 이런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다니, 어디선가 모차르트가 들리..
Music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연주를 듣고
철이 없을 때(지금도 철이 없지만), 그렇게까지 연습을 해야 하나? 그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나를 지배했던 적이 있다. 대충 살다 보니깐 정말 대충스러운 인생이 돼버린 찰나, (나름) 완벽한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불완전한 인간이 '완벽'을 위해서 가다듬는 그 시간들에 대해 의문을 버리고 경이롭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작년, 2학기 조사 레포트 주제가 쇼팽 콩쿠르이었다. 좋은 성적은 받지 못한 나의 레포트였으나 내가 좋아하는 주제였고 쇼팽에 대해서, 쇼팽 콩쿨의 우승자에 대해서, 진정한 연주에 대해서 나름 생각한 값진 시간이었다. 쇼팽 콩쿨 우승자 중에서 기억나는 사람은 많지만 그중 가장 기억나는 사람이 있다면 쇼팽의 강림이라고 불리는 짐머만 아닐까 한다. 폴란드 출신, 완벽한 연주, 최고의 ..
Music
예프게니 키신의 연주를 듣고
클래식 좋아하세요? 클래식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하는 음악입니다. 인간의 심연을 건드는 음악이야 말로 클래식이 아닐까합니다. 그래서 때론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어렵게 느껴지지만, 듣다보면 어느새 그 선율에 매료되어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선율에 매료되어가다보면 어느덧 클래식에 웃고 울고 있는 본인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을때, 베토벤 교향곡 7번을 들었을때 선율에 너무나도 매료된 나머지 공연장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 심연을 건드리는 두 곡을 저는 그래서 많이 좋아합니다. 예브게니 키신의 피아노 리사이틀에 다녀왔습니다. 천재이자 항상 노력하는 키신의 연주에 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키신의 공연에서 인상 깊었던 베토벤소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