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Green, Mint 기록하자, 무엇이든

가마쿠라의 하늘

 

예전에 그런적이 있다. 가마쿠라랑 에노시마를 어떤 친구와 같이 가고 싶었는데, 어떤 친구가 다른 친구와 다녀온 바람에, 나는 결국 다녀오지 못했고 그 친구에게 엄청나게 섭섭해했다. 그리고, 올해 일본에 와서, 가마쿠라를 가고 싶었는데,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다녀왔다.

예전에 가마쿠라를 같이 가지 못해서, 과거에 내가 느꼈던 섭섭함, 응어리를 비웃기라도 한듯 정말 즐거웠다. 그러니깐, 오히려 그때 가지 못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때 내가 느꼈던 서운함이 참말로 별거 아니구나. 그런 좋지 않은 감정을 담을 필요조차도 없었는데 말이지. 마음이 너무 넓지 못한 과거의 나.

 

 

헤어질 결심

Decision to leave

나는, 올해 사람을 만나면, 특히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무턱대고,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불러줬던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다.

'이 노래 아세요?'

'네 알아요'

'그럼 불러주세요'

그리고 참 고맙게도 다들 불러줬다.

내가 왜 이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냐면

다른 남자하고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근데 참 희한하게도 불러준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그 결심은 붕괴되버렸다.

(오히려 더 생각이 났다...)

 

헤어질 결심을 보았다.

탕웨이가 다른 남자하고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했습니다

이 대사를 치고 나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더니, 헤어질 결심 엔딩 보고 나선 오열했다.

'나 저 감정 뭔지 알아.... 저거 진짜... 뭔지 안다고 나.....'

 

'누군가를 잊겠다는 마음은'

항상 붕괴해왔다.

헤어지고 나서,

잊어버려야지

잊을 거야

잊겠지

잊을 수 있어

그런 결심들은 언제나 붕괴한다.

김광석 노래 가사도 있잖아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썼다 지웠다 반복해도

결국엔 유리창에 남아 있는 

널 사랑해

글자

 

난 그래서 결심을 그만두기로 했다.

마음속에, 풀리지 않는 실처럼 남아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잊어야겠다는 결심하지 말고,

그냥 마음 한구석에 남겨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가끔 말이지

급작스럽게 밀려오는 파도처럼

급작스럽게 슬픔이 찾아올 때

울곤 하는데

그렇게 울고 나면

마음속에 풀리지 않던 실들이 조금씩 풀려 있는 느낌이 들곤 하니까 말이야.

 

 

 

책 추천

교수님한테 무턱대고 책 추천해달라 했다. 교수님이 난처해하셨다. 그니깐, 책 추천이란 어려운 거야. 네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모르잖아. 그래도,

나쓰메 소세키 마음이나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은 어때?

교수님,

훗,

제 인생 책들을 추천해주시다니요 헤헤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 좀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다들 어려워한다. 일단 내 취향을 모르고 하니, 쉽사리 추천하기가 쉽지 않나 보다. 나도 참 바보같이 무턱대고 추천해달라고 했으니. 

근데 책이면 다 좋은데, 난 누가 나한테 책 추천해달라고 하면 자신 있게

나쓰메 소세키 마음이랑 셰익스피어 햄릿 추천할 건디요.

그리고 좀 더 요구하면 헤르만 헤세 데미안,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추천할 거 같은디요.

우리 참 그냥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걍 편안하게 단순하게 삽시다. 거 참, 책 추천하는 거 뭐 그리 어렵게 생각하고 그렇씹니꺼...

 

 

대학생활

시험을 망쳐도

대학생활이 재밌다

토론할 때 몇 마디 못하는 나 자신을 보는 게

조금 부끄럽지만

그래도 재밌다

이상한 영어 일본어 쓰는 나 자신이

재밌다

왜 재밌을까?

답은 모르겠지만

그냥 재밌게

시트콤 찍으면서

대학생활하고 싶다.

알바, 공부, 봉사활동보다, 더 소중한 것은

현재를 놓치지 않고 즐기는 일이라고

2022년의 나는 그렇게 생각해.

 

 

난 말이야,

신주쿠 루미네 앞을 밤에 혼자서 지나가면

뼈에 사무치듯 외로움을 느꼈었는데

친구랑 같이 가니깐

너무 재밌더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야라는 아리스토텔레스 말이 맞긴 맞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