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료 3분의 1이라도 면제받으려고 수업료 면제 신청을 했더니, 면제 불가라는 결과를 보고 하루 종일 울적했다. 유학생인 나에게 공부보다 힘든 것이 돈 문제다. 돈은 내 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돈에 관련해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울적한 기분을 달래려고, 혼자서 가라오케를 가서 슬램 덩크 OST 노래를 부르면서, 진저에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울었다. 울고 나니, 울적한 기분이 좀 나아졌다. 조금만 더 빨리 대학을 갔더라면, '돈'에 대한 걱정을 좀 덜했을까? 정대만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왜 젊었을 때 '왜 나는 그렇게 헛된 시간을 낭비했는지' 세카이가 오와루 마데 와를 열창하면서 정대만을 생각했다.
우리 대만이, 우리 미츠이 히사시.
내 최애는 분명 강백호인데, 왜 정대만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지. 슬램 덩크 보면서도, 정대만 장면에서 유난히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강백호가 나에게 웃음을 주는 주인공이라면, 정대만은 내가, 몰입하게 만드는 주인공이다.
나랑 닮은 점이 있다면, 포기를 모르는 것?
내가 또 열정빼면 시체 아닙니까.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정대만 많이 좋아하는 거 아닐까. 포기를 모르는 불꽃 남자라서.
살면서
남들이 대학 갔을 때, 나는 어영부영 보낸 세월에 후회는 없다. 그런 세월들이 한 폭 한폭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됐으니깐. 어쨌든 데미안의 한 구절처럼, 나는 알을 깨고 나왔으니깐. 그리고 내 인생이니깐, 그것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단지, 부모님한테 죄송할 뿐이다.
아시아권에서 자란 딸이라서, 효심은 가득 차서, 조금이라도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려야 하는데.
장학금 받을 만큼 그렇게 뛰어난 학생은 또 아니라서.
면제라도 좀 받아야 하는데, 현실이 안 도와주네.
돌아갈 수 없는 시간만이
왜 빛나는 건지
(정대만 테마곡 세상이 끝날 때까지는 中)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 후에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보면
지금 이렇게 정대만에게 감정 이입하면서 울고 있는 시간들도
분명, 빛나고 있겠지
몇년 후의 시점에서
'지금'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니까.
오늘 교수님에게 그런 말씀을 들었다.
네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웃어넘기라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현실에
웃어넘기자.
슬램 덩크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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